서인영의 카이스트
내가 프랑스에서도 열심히 챙겨보는 한국 TV 프로그램은
- 무한도전 (MBC)
- 해피선데이의 1박2일 (KBS)
- 일밤의 우리 결혼했어요 (MBC)
- 온에어 (SBS)
- 서인영의 카이스트 (Mnet)
다른 프로그램들이 모두 시청률이 상위에 랭크된 공중파 프로그램인 것에 반해서, 서인영의 카이스트는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이다. 물론 이 프로그램도 시청률이 약 1% 정도 된다고 하는데, 나름 대박 프로그램이다.
서인영의 카이스트를 열심히 시청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10년 이상 정을 붙이고 살았던 캠퍼스의 모습을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시 볼 수 있는 향수 때문이었으나, 지금은 그 나름대로의 재미 때문에 계속 보게 된다. 혹자는 서인영이 싫어서 보기 싫다고 말하기도 하는데, 서인영의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면, 서인영의 카이스트는 재미없었을 것이다.
이 프로그램은 서인영(혹은 기획사)의 인기 관리, KAIST의 홍보, Mnet의 시청률 확보 같은 서로의 이해가 어울려져 탄생한 프로그램이다. 현재로서는 이 프로그램은 그것들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는 것 같다. 그 원인이 무엇일까?
서인영의 캐릭터가 극의 상황을 이끌기는 하지만 KAIST 의 구성원들의 의외의 평범함과 개성이 빈 부분을 매워주고 있고, Mnet의 연출가는 절묘한 편집과 사운드로 극의 속도와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.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주체들이 모두가 노력한다는 느낌을 계속적으로 받고 있다. 1
문제는 이 리얼리티 쇼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. 처음 시작할 때는 영어 강의, 화학실험, 동아리, 도서관과 서점, 기숙사, 딸기 파티, 중간고사, 축제 등등 KAIST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재들이 충분했지만, 그 소재들이 떨어지게 되면 더 이상 극을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.
중간중간에 대전 동물원 구경, 서인영의 집 공개, 쥬얼리의 뮤직비디오 촬영이라던지 하는 것들로 극을 채워보긴 했지만, KAIST와 동떨이진 소재들은 사실 그렇게 신선하지 않았다. 내가 경험한 KAIST를 생각해 볼 때, 이제 KAIST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들은 얼마 남지 않았고, 이제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해내는지가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큰 갈림길이 될 것이다.